깊은 산속, 동굴에서 혼자 사는 오소리, 숲속 친구들이 와서 함께 놀자고 해도 뿌리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조금은 도도한 오소리이다. 하지만 계절이 갈수록 그런 오소리도 결국 외로움 앞에 항복하고 만다. 어느 눈 오는 겨울날, 오소리는 빗자루로 눈을 쓸며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펑펑
흰 눈에 덮여 그만 길이 없어지고 말았어.
작고 정다운 길이 사리지고 말았어.
“안돼! 길이 없어지면 아무도 놀러 오지 못할 거야.
혼자는 싫어!
오소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빗자루로 눈을 쓸었어
저길로 친구들이 놀러올거야
...
친구들이 오면 안아줄테야
이렇게 꽉!
때로는 어떠한 이유들로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다. 내향적인 성격이거나, 나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나를 찾아오는 친구들을 외면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외로움의 굴속에서 그리움을 생각하게 된다. 오소리는 어떻게 용기를 내었을까. 오소리는 친구들이 나에게 오는길을 만든다. 그 길은 나에게 오는 길일뿐 아니라, 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내가 만들어 놓은 길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